크리스 텅 알리바바 CMO 인터뷰
“디지털로 못 파는 건 이제 없다”
4000만명이 온라인 주택상품 봐
322억짜리 명품 목걸이도 판매
한국 상품 거래액 상위 3위권
이 이벤트의 총지휘관은 크리스 텅(중국명 동번홍ㆍ董本洪ㆍ51) 알리바바그룹 최고마케팅 책임자(CMO)이다. 대만 출신으로 글로벌 마케팅 대행사인 VML차이나, 펩시코 차이나, 프록터 앤드 갬블, 로레알 등을 거쳐 2016년 알리바바그룹에 합류한 이후 광군제의 명칭을 ‘11.11 글로벌 쇼핑 페스티벌’으로 바꾸면서 의미와 몸집을 키워냈다. 2선으로 물러난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대신 회장에 오른 장융(張勇) 알리바바그룹 회장과 함께 그룹 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힌다. 크리스 텅 사장은 24일 중앙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디지털로 팔지 못하는 것은 이제 없다”며 “앞으로는 각 서비스 부문, 중소기업, 농업까지 디지털 무대에 서야 한다”고 말했다.
까르띠에 라이브 쇼 77만명이 시청
- 올해 11.11 쇼핑 페스티벌 특징을 꼽자면.
-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하면서, 지난해보다 2배 많은 200만여개 신규 상품을 선보였다. 참여 소비자는 약 8억 명, 참여 브랜드는 25만개 이상이다. 코로나19에도 중국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다. 올해는 1차 할인 행사와 본 행사로 나누어 진행하면서 물류 업계의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을 매끄럽게 연결한 것도 특징이다. 알리페이의 디지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 처음으로 11.11 페스티벌에 도입되며 노점상, 소규모 마트를 비롯해 100여 개 도시에 걸쳐있는 약 200만 지역 소상공인이 프로모션에 동참했다. 배달ㆍ여행ㆍ티켓예매 플랫폼의 참여로 단순 상품 구매를 넘어 서비스 영역으로 페스티벌 영역이 넓어졌다. 올해는 특히 라이브 커머스가 중심이 됐다. 알리바바그룹 산하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타오바오 라이브에서 인기 라이브 방송 호스트와 약 400명의 브랜드 임원, 그리고 300명의 연예인이 라이브 세션을 진행했다. 라이브 스튜디오 거래액만 1억 위안(약 17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처음 참여한 까르띠에는 라이브로 쥬얼리 쇼를 진행했는데 2시간 동안 77만명이 봤다.
- 오프라인 행사가 줄었는데, 분위기 조성이 힘들지 않았나.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소비 습관이 변화하는 계기가 됐다. 더욱 많은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한다. 오히려 분위기가 예년에 비해 더 뜨거웠다. 1차 행사 기간 첫 날 시작 2시간도 안돼 100개 브랜드의 총거래액이 1억 위안을 돌파하면서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 11ㆍ11의 성장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 11.11의 의미는 총거래액 수치 그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단일 행사에서 많이 파는 게 목표가 아니라 페스티벌이 끝난 뒤에도 브랜드들이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게 진짜 목표다. 올해는 티몰에 입점한 지 3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신생 브랜드 중 1차 행사 품목별 판매 1위에 오른 브랜드가 357개나 된다. 또 지난해 대비 1000% 이상 매출 증가를 기록한 신생 브랜드는 94개에 달한다. 이런 곳이 늘어나는 게 가장 중요하다.
- 코로나19로 유통 환경이 변했고, 더욱 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해외 여행 시장이 큰 타격을 입었다. 올해 2분기 중국에서 해외 여행을 위한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61% 감소했다. 2020년에 발견한 중요한 트렌드 중 하나는 바로 수입 상품에 대한 소비가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티몰 글로벌을 통해 발생한 총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이 결과 올해는 가장 글로벌했다. 알리바바그룹의 글로벌 브랜드 전용 이커머스 플랫폼인 티몰 글로벌은 2600여 개의 신규 해외 브랜드를 소개했다.
전세기 700대로 국제 택배 배송
- 한국 상품은 올해 얼마나 큰 인기를 끌었나.
- 거래액 기준, 한국이 국가별 판매 순위 상위 3위권에 자리했다. 글로벌 상품 수요가 늘면서 전세기 700대를 운영해 국제 택배를 평소 대비 2배 빠른 속도로 배송할 수 있었다.
- 10년 뒤 그리는 11.11의 모습은. 알리바바 생태계는 지금과 무엇이 달라지나.
- 올해 알리바바 클라우드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초당 58만 3000건에 달하는 주문량을 처리할 수 있었다. 변화의 중요성을 너무 잘 알기에, 미래의 11.11 글로벌 쇼핑 페스티벌은 오늘과 확연히 다른 모습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렇지만 이 행사가 사업자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동시에 모든 소비자에게 큰 기쁨이 될 것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 올해 처음으로 타오바오에서 아파트나 자동차를 팔았다. 어떤 이유에서인가.
- 코로나19로 부동산, 자동차 등 전통적으로 오프라인 판매에 의존하던 업계도 디지털 전환에 돌입했다. 1990년대에 이후 태어난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이미 ’온라인 집보기‘는 보편화 되고 있어 온라인 집 판매를 도입했다. 예약판매 기간 10일간 4000만명 이상이 온라인으로 부동산 주택 상품을 '방문'했다. 이 중 90년대에 태어난 소비자가 40% 이상을 차지했다. 100여 개의 부동산 개발 업체가 3000개 이상의 부동산 상품을 내놓았으며, 약 300개 도시의 80만 채 주택을 선보였다. 최대 100만 위안(약 1억 6975만 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인기 자동차 모델 120종을 최대 50% 할인된 가격에 팔았다. 지난 1일부터 11일 새벽 1시까지 티몰에서 1300만 명 이상의 소비자가 자동차 상품을 봤고, 주문량은 33만 건에 달했다.
-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비교를 많이 한다. 차이점이 있다면.
- 11.11 페스티벌은 미국과 달리 할인 행사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단일 시장에 제한된 것도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라이프스타일이 점차 뉴노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앞으로 글로벌 브랜드, 중소기업, 서비스 업체, 공업, 농업 등 모두 디지털 경제라는 무대에 서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비즈니스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전환 여부로 구분될 것이다. 디지털로 팔 수 없는 것은 이제 더는 없다. 가령 럭셔리 브랜드 까르띠에가 타오바오 라이브를 통해 진행한 쥬얼리 쇼에서 1억 9000만 위안(약 322억 4300만원)짜리 목걸이까지 팔렸다.
- 한국에 직접 진출할 계획이 있나.
- 한국 시장 직접 진출 계획은 정해진 바 없다. 알리바바그룹 코리아는 '세계 어디에서든 비즈니스를 쉽게 할 수 있다'는 알리바바그룹의 사명에 따라, 한국 기업의 사업 성장을 돕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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