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반도체를 대신할 유기 반도체에 관한 연구가 활발합니다. 그런데 최근 그 존재가 밝혀진지 79년 만에 합성된 유기 반도체 물질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게재됐습니다.
유기반도체 재료 익센, 최초로 합성
UNIST 박영석·이근식·신형준 교수 공동 연구팀은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 PAHs)물질 중 하나인 익센(ixene) 분자를 최초로 합성해냈습니다. 또 질소와 붕소가 첨가(도핑)된 익센을 추가적으로 합성해 이 물질의 유기반도체 재료로써의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탄소를 기반으로 하는 유기 반도체는 상용화된 실리콘 반도체 소재와 달리 유연하고 가공성이 우수해 플렉서블 소자(device)에 쓰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유기반도체 소재로는 탄소 원자가 여러 개의 육각형 고리모양을 이루고 있는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가 꼽힙니다. 반도체 소재 내에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전자가 필요한데 다환 방향 탄화수소는 분자 내부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전자(delocalized electron)이기 때문입니다.
원하는 성질을 얻기 위해 물질에 불순물을 첨가하는 것을 말합니다. 상용화된 반도체 소재인 실리콘에 잉여전자(N형 반도체)나 정공(전자의 반대 개념, P형 반도체)을 만들기 위해 질소나 붕소를 첨가하는 것이 대표적 예입니다. 탄소를 포함하는 유기반도체의 경우 전자 3개를 가지는 붕소(B)를 도핑하게 되면 전자가 하나 부족하게 되어 p형 유기 반도체를 원자가 전자 5개를 가지는 질소(N)를 도핑하게 되면 여분의 전자가 하나 생기게 되어 n형 유기 반도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번에 공동 연구팀이 합성한 익센도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의 한 종류입니다. 1941년에 익센이라는 이름과 함께 이 분자의 구조가 제안됐지만, 당시 알려진 방법으로는 합성이 어려워 실제로 만들어지지는 못했습니다. 연구팀은 다이아세틸렌(diacetylene) 분자의 '고리화 반응'과 팔라듐 촉매을 사용한 '탄소-수소 아릴화 반응'을 이용해 익센을 합성했습니다. 참고로 탄소-수소 아릴화 반응은 치환반응이나 첨가반응을 통해 아릴기(aryl group)를 붙이는 반응을 말합니다. 이 반응은 탄소-탄소 결합을 이루면서 새로운 고리를 형성합니다.
엑센 분자에 질소와 붕소 도입해 B2N2-ixene도 합성
또 동일한 2단계 합성법을 이용해 유기 반도체 재료로 사용 가능한 'B2N2-ixene' 분자를 만들고 이 물질의 성질을 밝혔다. 익센 분자의 특정 위치에 질소와 붕소를 도입해 익센보다 '에너지 갭(energy gap)'이 좁은 B2N2-ixene를 합성했습니다. 실리콘에 질소와 붕소를 첨가해 상업화된 반도체 재료를 합성하듯, 익센 분자의 특정 위치에 질소와 붕소를 첨가해 에너지 갭을 줄였습니다. 물질을 반도체 소재로 쓰려면 움직이는 전자의 문턱 역할을 하는 에너지 갭의 폭을 제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이번 연구에 사용된 합성법을 이용하면 에너지 갭을 정확하고 쉽게 줄일 수 있습니다.
박영석 교수는 "붕소와 질소를 동시에 도핑해 탄소-탄소(C-C) 결합 같은 등전자 구조(isoelectronic structure)를 갖으면서도 에너지 갭은 더 좁은 B2N2-ixene 분자를 합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에너지 갭(energy gap)
원자나 분자내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 레벨의 차이입니다. 물질의 전기전도도나 빛을 흡수하는 파장대역을 결정하는 중요한 물리적 성질입니다.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 사용되는 유기발광물질의 내는 빛의 색깔도 에너지 갭의 크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 등전자구조(isoelectronic structure)
물질 원자의 최외각 전자 숫자가 같은 구조입니다. 최외각 전자를 4개씩 갖는 탄소와 탄소간의 결합(4+4)이나 최외각 전자를 각각 5개, 3개 갖는 질소와 붕소의 결합(5+3)은 모두 갖는 숫자의 최외각 전자를 갖습니다.
신형준·이근식 교수 연구팀은 실제 실험과 이론계산을 통해 B2N2-ixene 분자가 익센과 비교해 좁은 에너지 갭을 가진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특히 자외선-가시광선 분광법을 이용해 B2N2-ixene이 익센보다 긴 파장대(λabs)의 빛을 흡수하는 것을 관찰했는데, 이는 B2N2-ixene 분자의 에너지 갭이 더 좁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박영석 교수는 "익센이라는 새로운 물질을 현대 유기화학을 이용해 합성했다는 점뿐만 아니라 분자의 특정 위치에 원하는 물질을 정확하게 첨가해 물리적 성질을 제어하는 방식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큰 연구"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번 연구에 사용된 팔라듐촉매와 탄소-수소 아릴화 반응은 더 큰 분자 크기를 갖는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를 합성하는 전략으로도 응용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참고자료##
September 01, 2020 at 01:4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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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 반도체 재료 익센(Ixene), 79년 만에 베일 벗어 - 이웃집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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